말소리 발달에도 순서가 있답니다.

  아이가 태어나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걷고 하는 등 운동발달에도 순서가 있듯이 조음발달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아아아 오오오” 하는 단모음이 가장 먼저 산출이 되고 자음 중에서는 /ㅁ,ㅂ/ 등의 양순음, 즉 입술소리가 제일 먼저 산출됩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엄마, 아빠를 뜻하는 소리가 입술소리인 /ㅁ,ㅂ,ㅃ/를 포함하는 것이지요. ‘마마, 빠빠, 엄마, 아빠, 마미, 파파“ 등.

  이 양순음이 산출되는 시기가 첫돌이 될 무렵입니다. 그래서 아기가 옹알이를 하면서 “암마마마마” “아바바바빠” 이런 소리를 내면 우리 아기가 드디어 ‘엄마’를 불렀다고 박수를 하며 좋아하시지요. 아기는 이러한 엄마의 반응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을 부를 때 ‘엄마’라고 부르는구나”하고 인지하게 되고 이렇게 의미 있는 첫 단어 ‘엄마’가 첫돌 무렵 탄생하게 됩니다. 첫돌 이후로 아이가 걷고 뛰고 ‘엄마’ 뿐 아니라 여러 호칭과 명칭을 말하게 되면서 소리낼 수 있는 자음과 모음의 레파토리도 많아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산출됩니다.

  먼저 첫돌이 지나면서 자음의 산출이 많아져서 두 돌이 될 때까지 /ㅂ, ㅃ, ㅁ/ 등의 양순음, 즉 입술소리와 /ㄴ, ㄷ, ㄸ/ 등의 치조음이 나타나고 /ㄱ, ㄲ/ 등의 연구개음이 나타납니다. 만 2세가 넘으면 기식파열음인 /ㅍ,ㅌ,ㅋ/와 성문음 /ㅎ/이 산출되고 만 3세 이후에는 경구개 파찰음 /ㅈ,ㅊ,ㅉ/가 산출됩니다. 그리고 이 때가지는 유음/ㄹ/과 마찰음/ㅅ,ㅆ/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나의 소리를 산출하는 데에는 호흡은 물론 입술, 혀, 턱 등 여러 기관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단지 움직임만이 문제가 아니라 박자를 딱딱 맞추어 환상의 협응을 이루어야 정확한 발음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아직 구강조음기관의 움직임이 어른만큼 민활하지못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조음의 오류가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밥 먹었쪄, 모다떴떠[모자썼어], 아이크임 타저[아이스크림 사줘]” 이러한 조음의 오류들은 3세 아동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실수들입니다. 아직 마찰음 /ㅅ, ㅆ/와 유음 /ㄹ/이 습득되지 않은데다가 5음절이나 되는 ‘아이스크림’은 음절 하나를 생략하기도 하고 ‘모자’보다는 ‘모다’가 발음하기 편하므로 이러한 조음의 오류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3세 아동이 이러한 조음현상을 보인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으로 보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요. 그런데 이러한 조음의 오류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에게서 나타난다면? 그것은 조음장애로 진단되고 반드시 언어치료를 통해 바른 발음을 훈련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조음장애인가요?

  조음장애란 ‘발달적으로 기대되는 말소리 산출- 소리의 산출, 사용, 표상, 조직화 등-에 실패를 보이는 경우 진단할 수 있으며 말소리 산출에서의 어려움이 학업,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을 방해할 때 진단’할 수 있는 언어장애의 한 분야로서 조음장애(articulation disorder) 또는 음운 장애((phonological disorder)라고 합니다.

  조음장애를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기능적 조음장애와 기질적 조음장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능적 조음장애는 구조적, 청각적, 신경학적 결함이 없는데 또래에 비해 발음이 명료하지 않고 조음의 오류가 많이 나타나는 아동의 경우입니다. 기질적 조음장애는 일차적으로 구조적, 신경학적 손상을 나타내며 짧은 설소대, 치열의 부정교합, 구순, 구개파열, 청각장애 등으로 인한 조음장애와 마비조음장애, 통합운동장애 등을 말합니다. 보통 언어치료실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기능적 조음장애가 대부분입니다.

  조음장애를 의심하여 언어치료실을 방문하는 어린이에게는 조음평가를 실시합니다. 조음평가는 표준화된 검사도구를 사용하여 이루어지며 말소리에 대한 분석 뿐 아니라 혀, 턱, 입술, 목구멍, 호흡 등 말소리 산출에 필요한 구강조음기관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유무에 대한 검사도 이루어집니다. 이와 함께 일상적인 대화상황에서의 말소리 샘플도 채취하여 분석하게 됩니다.

  모든 질병이 다 그렇듯이 조음장애도 그 원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혀나 연구개, 경구개, 비강, 턱, 입술 등 조음기관 자체에 구조적인, 또는 기능적인 문제가 있거나 청지각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다음 언어치료를 통해 바른 발음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의학적인 도움을 받을 만한 이상이 없는데 단지 조음 습관이 잘못 되어 조음의 오류가 나타나는 아동이 있습니다. 이런 아동은 언어치료에 의해 바른 발음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또 하나, 언어발달이 늦은 경우에 조음발달도 함께 뒤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어발달 중 특히 표현언어발달이 늦은 경우, 조음발달도 표현언어의 발달수준과 비슷하게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나이는 7세지만 표현언어발달이 5세 수준이라면 조음능력도 5세 정도에 머물러 /ㅅ/이나 /ㄹ/ 소리가 정확히 산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지적인 제한이 있어 언어발달이 늦은 아동의 경우에는 조음발달도 당연히 늦고 이뿐 아니라 대근육, 소근육 운동 발달도 또래에 비해 뒤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언어발달이 늦기 때문에 조음발달도 늦어지는 경우에는 ‘조음장애’ 진단을 따로 붙이지 않고 ‘언어발달장애’로 보고 전반적인 언어발달을 도울 수 있는 언어치료를 실시합니다.

발음이 좋아지게 하려면?

  아이의 발음이 분명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친구들이 자꾸 되묻게 되지요. “뭐라구?” “다시 말해봐”, “네가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이런 반응을 자꾸 받게 되면 아이는 의기소침해지고 주눅이 들어 말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스스로 답답함을 느껴 행동이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언어는 사람을 사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기본도구이기 때문에 언어적인 문제가 생기면 이 모든 영역에서 이차적인 문제가 계속 일어나게 되어 언어발달은 물론이고 성격형성과 또래관계에도 지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명료하지 못한 발음이 걱정되는 엄마들은 자꾸 고쳐주려 하시지요. “풍던 부여줘” 하는 아이에게 “풍.선.불.어.줘 해봐!” 하며 따라하게 하시지만 아이는 계속 ‘풍던부여줘’를 외치게 되고 엄마는 다시 따라하라고 강요하고...아이가 일부러 잘못 발음하는 것도 아닌데 반복해서 엄마 발음을 따라하라고만 한다고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아이도 답답하고 엄마도 답답한 노릇입니다. 엄마가 자꾸 훈련을 시키려하면 할수록 아이는 아예 입을 닫아버리게 되기도 하고 말할 때 마다 지적을 받으니 긴장을 해서 없던 말더듬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아이의 말투가 귀여워서 “이거 먹었쪄? 잘했쪄여~”하고 아이의 잘못된 발음을 그대로 흉내내주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바른 발음을 듣고 자신이 산출한 소리와 비교하면서 점차 바른 소리를 배워가는 것인데 이렇게 엄마가 잘못된 발음을 강화해주면 아이는 커서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하고 유아적인 발음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어머니들께서는 아이의 발음이 명료하지 않다고 생각되신다면 우선, 우리 아이의 나이에서 바르게 산출되어야하는 소리인지 아닌지 아래의 도표를 참고하여 먼저 점검해보시고 발음 이외에 언어표현이나 언어이해, 운동발달 등은 또래에 비해 늦되지 않은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발음이 분명하지 않다고 무작정 웅변학원이나 구연동화학원에 보내는 것은 아이에게 또 다른 긴장과 스트레스만 더해주는 결과가 되기 쉬우니 일단 언어치료실을 방문해서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언어란, 특히 모국어란 자연스럽게 습득되어 편리하고 즐겁게 사용되는 것인데 발음이 나쁘다고 해서 말할 때 마다 지적을 받거나 야단을 맞게 되면 어린이들은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어 ‘언어’가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지겨운 공부’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특히 바른 발음을 내도록 하기 위한 언어치료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언어치료사의 지도하에 조음훈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어린이들이 칭찬을 받아가면서 점차 명료한 발음을 내게 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참고>

말소리가 산출되어 완전히 습득되는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각 음소의 습득, 숙달, 관습, 그리고 출현 발달 단계

연 령	음소 발달 단계
	완전습득연령단계 (95-100%)*	숙달연령단계 (75-94%)	관습적 연령 단계 (50-74%)	출현연령단계 (25-49%)
2;0-2;11세	ㅍ ㅁ ㅇ	ㅂ ㅃ ㄴ ㄷ ㄸ ㅌ ㄱ ㄲ ㅋ ㅋ ㅎ	ㅈ ㅉ ㅊ ㄹ	ㅅ ㅆ
3;0-3;11세	+ ㅂ ㅃ ㄸ ㅌ	+ ㅈ ㅉ ㅊ ㅆ	+ㅅ
4;0-4;11세	+ㄴ ㄲ ㄷ	+ㅅ
5;0-5;11세	+ㄱ ㅋ ㅈ ㅉ	+ ㄹ
6;0-6;11세	+ㅅ

* 바르게 발음한 아동의 백분율